[한국대학신문 김영식 기자] 대학 재정지원의 주도권이 기존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이양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이하 라이즈)’ 정책이 본격적인 2년 차에 접어들며, 단순한 제도 안착을 넘어 실질적인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변곡점에 섰다. 본지는 전국 17개 광역지자체가 지역의 명운을 걸고 수립한 라이즈 기본계획 가운데 지역 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대학의 혁신을 견인할 ‘시그니처(핵심) 과제’에 주목한다.
이에 지자체별 라이즈 핵심 과제가 인력 미스매치 해소와 지역 정주라는 난제를 어떻게 풀어내고 있는지, 그리고 ‘지‧산‧학‧연 통합’의 실질적인 거버넌스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등에 대해 집중 분석한다.
특히 각 지자체가 내세운 시그니처 과제는 해당 지역의 산업적 특수성과 대학의 역량이 결합된 고유한 ‘혁신 DNA’를 포함하고 있다. 본지는 단순한 정책 소개를 넘어, 이러한 시도들이 지역의 전략산업과 어떠한 연계 과정을 거쳐 성과를 내고 있는지 등에 대해 조명한다. 이를 통해 지역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전략적 이정표를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전북특별자치도는 전북RISE의 대표과제를 기존 1개에서 3개로 확대했다.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추진되는 전북RISE 대표과제 예산은 기존 29억 원에서 284억 원으로 대폭 늘어난 가운데, 특히 대학 배분 사업비 836억 원 중 약 31%가 이들 과제에 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 세 개 핵심과제 축으로 ‘지역혁신 통합 모델’ 구축에 방점 = 전북자치도가 새로이 재편한 대표과제는 ‘JB-RISE 연구 클러스터 구축’, ‘주력산업 밀착형 인재양성’, ‘JB-스타트업 캠퍼스 구축’ 등이다. 이는 개별 사업을 단순히 확대하는 방식이 아니라 혁신생태계 완성을 위해 연구개발에서 인재양성, 창업으로 이어지는 ‘통합 모델’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특히 세 개 핵심과제의 상호 보완적 역할을 통한 통합적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선정됐다.
전북RISE센터 관계자는 본지에 “기술혁신-인재양성-창업의 3단계 연계 구조를 바탕으로 기존 대표과제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과 개별과제를 발굴‧연계할 계획”이라며 “이러한 상호 보완적 역할을 통해 통합적 성과를 낼 수 있는 과제를 중심으로 대표 과제를 재편했다”고 설명했다.
전북형 라이즈는 △생명‧전환사업 혁신(JB-SPARK) △지역 주력산업 성장(JB-ROOT) △평생교육 가치 확산(JB-EverLearn) △동행협력 지역발전(JB-TEAM) 등 4대 프로젝트와 13개 단위과제로 구성된다. 전북자치도는 이러한 체계 내 대표과제를 확대하고, 핵심 분야에 예산과 기능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재구조화했다.
이번 재편은 교육부 중간‧종합평가에 대응한 공통성과지표 관리, 인센티브와 공모 잔액의 전략적 배분, 대표과제 간 연계성 확보를 동시에 고려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특히 일반대학 중심 ‘지역특화 산업 분야 연구개발’과 전문대학 중심 ‘산업맞춤형 인력양성’ 과제가 시그니처 과제로 추가되면서 대표과제가 3개 축으로 굳어지면서, 이를 통해 연구개발에서 인재양성, 창업으로 이어지는 ‘연속적 통합 구조’를 완성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 ‘JB-RISE 연구 클러스터 구축’ 과제 추진… 지역혁신 및 중소기업 지원 방점 = 3개 대표과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은 ‘JB-RISE 연구 클러스터 구축’이다. 2025년 예산은 155억 원으로,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이 함께 참여한다.
해당 과제는 지역혁신과 지역 중소기업 성장을 뒷받침할 대학 중심 연구소를 육성하고, 전북도 내 기업‧기업연구소‧지역혁신기관‧지역대학 간 산학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학이 지역 산업의 연구개발 거점으로 기능하도록 지원하는 한편, 수요 기반 연구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추진 배경으론 전북의 이공계 박사 졸업생 규모는 전국 상위권이지만 도내 정착률이 낮아 결과적으로 지역 내 연구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반영됐다. 연구개발특구 확대와 전북형 산학연계 프로그램 추진, 도내 55개 혁신기관‧연구기관‧대학이 보유한 기술‧인력‧인프라를 사업화와 연결할 필요성도 제시됐다.
세부적으로는 대학-기업-지역혁신기관 공동연구소 운영, 공동 프로젝트 발굴과 지원, 연구개발 인력양성 등이 포함된다. 전북 앵커기업 또는 기업연구소와 지역혁신기관, 지역대학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대학과 출연연, 지자체가 기업 수요와 투자 기반 연구개발을 공동 수행해 혁신제품 개발과 사업화를 추진하는 구조다.
아울러 지역산업과 기업이 실제 상용화할 수 있는 연구개발 수행, 대학별 특성화 영역 중심 프로젝트 지원, 석‧박사급 인력양성, 지역산업 혁신생태계 강화를 위한 과제 발굴도 병행한다.
이 핵심과제는 전북자치도의 ‘생명경제 정책’과도 맞물린다. 전북은 ‘2025~2034년 글로벌 생명경제도시 종합계획’을 통해 8대 특화산업 기반의 지역경제 혁신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방 단위 최상위 수준의 연구개발 인프라와 국공립연구소 집적을 연구 클러스터 구축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
전북자치도는 이러한 국공립연구소의 첨단 기술력과 대학의 우수 연구인력 및 교육역량, 기업의 사업화 경험 등이 연계될 경우 지역 특화산업 맞춤형 기술개발과 현장 적용성 높은 인재양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해당 과제를 통해 연구성과의 지역 내 순환구조를 정착시키고 지역혁신을 위한 핵심 연구개발 허브로 발전할 수 있다.

■ ‘주력산업 밀착형 인재양성’ 과제… 전문대 중심 현장실무형 인력양성 = 두 번째 대표과제는 ‘주력산업 밀착형 인재양성’이다. 2025년 예산은 100억 원 규모로, 지역 전문대학이 추진 주체를 맡는다.
이 과제는 지역산업 수요를 반영한 현장실무형 인재를 양성해 지역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데 목적을 둔다. 전북자치도의 좋은 일자리 확충 정책과 연계해 대학이 권역별 산업 수요에 맞는 인재를 길러 지역 취업률을 높이는 구조다.
사업 배경에는 청년 이탈, 현장 생산인력 중심의 인력 미스매치, 5대 권역별 주력산업과 대학 특성화 연계 필요성이 놓여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 하반기 기준 전북자치도 내 기업의 미충원 인원은 3,325명, 부족 인원은 1만3,459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산업 현장의 인력 공백을 대학 교육과 직접 연결해 대응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세부 추진내용을 살펴보면, 지‧산‧학‧연 연계 교육과정 운영과 기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기업 친화형 교육환경 공간 구축, 주력분야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 학생 취업역량 강화 교육을 통한 현장실무형 인재 양성, 재직자 교육과 학생 참여형 연구개발 과제 지원 등이 포함됐다. 지‧산‧학‧연 동반성장 공유‧협업 프로그램도 추진된다.
전문대학과 폴리텍 연계도 이 과제에 포함됐다. 전주비전대와 폴리텍이 교육시설을 활용해 공동 교육과정을 개발‧운영하고, 협업을 통해 신산업 분야 인재를 양성하는 내용이다. 전북 라이즈는 해당 과제를 전주‧익산‧정읍‧김제 등 4개 시‧군의 기회발전특구, 교육발전특구 정책과도 연계해 유아부터 대학, 산업 현장까지 이어지는 지역 정주형 인재양성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 ‘JB-스타트업 캠퍼스 구축’ 추진… “대학 창업생태계 조성” = 세 번째 대표과제는 ‘JB-스타트업 캠퍼스 구축’이다. 이는 전북 라이즈가 당초 단독 시그니처 과제로 설정했던 창업지원사업으로, 2025년 예산은 29억 원으로 편성됐다.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이 모두 참여하며 추진기간은 2025년부터 2029년까지다.
이 과제의 목표는 대학 창업‧창직 생태계 구축을 통한 청년 창업문화 확산과 지역 정주형 인재양성, 전북자치도의 창업생태계 조성과 벤처투자 연계를 통한 대학 창업 유지율 제고다. 청년 인구 유출, 창업‧벤처펀드 조성 필요성, 기술기반 창업 증가, 청년 창업농과 청년 스마트팜 확대 정책 등이 추진 배경으로 반영됐다.
전북 라이즈는 전북 혁신펀드 1조 원 조성, 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운영사 2곳에서 4곳 확대, 기술기반 창업기업 수가 2022년 4,828개에서 2023년 5,040개로 증가한 점 등을 토대로 대학의 연구성과와 창업 지원 기능, 투자 연계를 묶는 창업생태계 조성 방향을 잡았다.
구체적으로 창업 교육과정 개발‧운영, 창업 인프라 구축, 후속 성장 지원이 추진된다. 창업 교육과정 운영과 제도 개선, 대학 기술혁신 창업 활성화, 창업‧창직 경진대회와 인센티브를 통한 창업문화 확산이 포함됐다. 대학 내 기존 창업보육시설 개선, 공동창업 공간 조성, 창업보육센터 졸업 이후 성장보육공간 지원, 전북 창업‧벤처펀드 투자 연계, 컨설팅‧기술진단‧마케팅 지원 등도 이뤄진다.
전북의 대표과제 재편은 4대 프로젝트·13개 단위과제 안에서 연구개발, 인재양성, 창업을 각각 독립된 축으로 배치했다는 점에서 특징이 있다. 연구 클러스터 155억 원, 주력산업 인재양성 100억 원, 스타트업 캠퍼스 29억 원으로 대표과제를 구성해 대학이 지역 산업과 만나는 접점을 넓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러한 체계를 토대로 전북RISE는 단기보다 중장기적 관점의 핵심과제 관련 전반적인 성과 판단을 강조하고 있다. 채수찬 전북RISE센터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시그니처 과제는 1~2년 안에 성과를 단정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최소 3~5년에 걸친 시간 축에서 과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이후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라이즈가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열매의 개수만 따지듯 성과를 재단하면 방향이 왜곡될 수 있다”며 “지금은 열매를 세는 단계가 아니라 나무를 제대로 키우는 단계”라고 말했다.

한편, 전북자치도는 2026년도 라이즈 추진 과정에서 전략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대학 교육과정과 연구개발 기능의 정합성을 제고해 지역과 대학 혁신의 선순환 모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현대자동차의 새만금산업단지 9조 원 투자, 현대로템의 무주 3,000억 원 투자, 에스시디디의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41억 원 투자 등 신규 기업투자와도 연계해 산업 수요를 RISE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